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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에 있는 모로코의 아름다운 도시, 페즈를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 천 년 전의 이슬람 문화와 전통이 변함없이 이어져 내려오는 곳으로,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정되어 있다. 도시의 구석구석을 그대로 옮...
북아프리카에 있는 모로코의 아름다운 도시, 페즈를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 천 년 전의 이슬람 문화와 전통이 변함없이 이어져 내려오는 곳으로,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정되어 있다. 도시의 구석구석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세밀한 그림과 함께 페즈의 전통 시장인 수크에서 이야기를 팔아 생계를 꾸려가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하루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이슬람에는 예로부터 부족들 사이의 전투 이야기나 고대 왕들의 치적을 전하는 이야기꾼이 있었다. 주인공 압둘의 할아버지는 텔레비전과 책이 보편화된 지금까지 구전 문학의 전통을 이어나가며 형태가 없는 이야기에 값을 매기는 이야기꾼이다. 각양각색의 구경꾼들이 모인 한 자리에서 할아버지와 손자는 직업에 상당한 자부심을 느낀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압둘과 할아버지가 앉아 있는 양탄자에 돈이 쌓이면, 압둘은 새장에서 흰 비둘기를 꺼내 하늘로 날려 보낸다. 높이 날아간 비둘기가 다시 압둘의 머리 위로 내려오면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바로 비둘기가 하늘에서 물어 온 이야기를 펼치는 것.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고 그 이야기를 물어 온 새가 날아가 버리면, 다시 비둘기를 하늘로 날려보내 새로운 이야기를 물어오게 한다.
이야기 틈틈이 무우진(muezzin, 이슬람교도들에게 기도 시각을 알리는 노래인 '아잔'을 부르는 사람), 바이락(balak, 조심하세요), 칸 야 마 칸(kzn ya ma kan, 옛날 옛날에) 등 아랍아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여 이슬람 문화를 배우는 재미도 전해준다. 책에서 쓰인 아랍어는 머리말 부분에 자세히 뜻을 풀어 놓았다.압둘은 몇 번이고 흰 새를 하늘 높이 날려 보냅니다. 그때마다 새는 새로운 이야기를 물어 왔습니다. 마침내 마지막 구경꾼이 아쉬운 발걸음을 돌립니다. 압둘은 능숙하게 비둘기를 새장에 넣습니다. 할아버지는 마지막 동전을 모은 뒤 양탄자를 접어 둡니다. 내일이면 새는 다시 하늘로 날아가, 할아버지에게 또 다른 이야기를 물어다 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집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