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우리 처지가 된다면
혜린이 엄마는 숙제를 많이 내주고 시험도 많이 보는 영어 학원과 수학 학원에 혜린이를 강제로 보낸다. 논술, 컴퓨터, 바이올린까지 배우게 하고 일요일조차 과외를 시킨다.
학원 숙제와 학교 숙제도 해야 해서 늘 12시가 넘어야 잠을 자는 혜린이는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정말 배우고 싶은 것은 무용과 성악이지만 엄마는 절대로 허락하지 않는다. 혜린이는 그런 엄마에게 대들어 보기도 하지만 엄마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
결국 혜린이는 과로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을 하고 만다.
겨울 방학을 며칠 앞두고 아빠는 회사일로 베트남에 출장을 가고 엄마의 동생인 수지 이모가 혜린이네 집에 잠시 와서 지내게 된다. 그런데 엄마는 혜린이가 조금 나아지자, 다시 학원에 보내기 시작한다. 혜린이는 많이 아팠었기 때문에 힘에 겨웠다.
어느 날 혜린이의 핸드폰에 무선 인터넷에 접속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상한 문자 메시지가 들어온다. 혜린이는 그저 장난삼아 학원에 그만 다니게 해 달라는 것과 엄마를 변화시켜 달라는 두 가지의 소원을 문자로 보낸다. 하지만 그 후 기절초풍할 일이 벌어진다. 엄마가 열한 살 어린아이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수지 이모가 혜린이와 어린아이가 된 엄마를 돌보아야 했다.
수지 이모는 엄마를 혜린이가 다니던 영어·수학 학원에 보내고 혜린이는 그 대신 무용과 성악 학원에 보내 준다. 혜린이는 하루하루가 꿈만 같다.
학원에 다니는 엄마는 혜린이보다 훨씬 공부를 못할 뿐 아니라 말썽까지 피운다. 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로 변한 걸 깜박 잊고 어른들을 대하는 바람에 황당한 일들도 자꾸 벌어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혜린이는 뮤지컬 배우가 된다해도 공부는 꼭 필요한 것임을 깨닫고, 엄마는 혜린이에게 너무 심하게 했던 것을 뉘우친다.
마침내 아빠가 인천 공항에 도착하자 할 수 없이 수지 이모 혼자 마중을 나가게 된다. 그때 혜린이의 핸드폰에 문자 메시지가 들어온다. 무선 인터넷 판타지 스토리 서비스의 쿠폰 50일 유효 기간이 끝났다는 것이었다. 혜린이는 놀라서 엄마에게 달려간다.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엄마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요즘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이 작품의 주인공 혜린이처럼 공부에 시달린다. 엄마들이 공부하지 않으면 급변하는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자녀들을 사교육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혜린이의 스트레스가 너무 절실하게 다가와 바른 교육에 대한 반성과 검토가 시도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작가는 작품을 읽는 어린이들을 매우 즐겁게 해 주고 있다. 어른이 마법에 걸려 어린이가 되는 흥미롭고 위험한 상황을 즐기게 하여 그동안의 긴장을 풀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어린이들은 혜린이가 자신을 간섭하는 엄마에 대해 대립하거나 보복하지 않고 화해한 것처럼 엄마를 이해할 뿐 아니라 스스로 공부하는 성숙한 자세를 갖게 될 것이다.
